6월 7일 일요일, 첫 주말
서울 홍제동 인왕아파트에서 공연이 있다.
재개발로 허물어 사라지기 전 서울 도심에서 열리는 솔루션스의 공연이다.
철거되기 전...
사람들이 살지 않는 출입금지 줄이 둘러 쳐져 있는 흉물스럽기까지 한 아파트 입구 상가들과 아파트들....
그 속에 있는 우리의 모습이 생경스럽다.
우리만의 아지트인 듯 솔루를 사랑하는 이들이 여기 모여 우리만의 축제를 기다리고 있다.


오늘은 아들과 함께다.
작년 J-POP 페스티벌인 원더리빗을 같이 가고 오랜만에 함께하는 공연이다.
서로가 좋아하는 취향이 다르다 보니 함께 할 수 있는 공연이 극히 드물다.
아들은 솔루의 최애곡인 '청춘'을 듣는 것을 기대하며
이른 준비를 하고 홍제동으로 출발한다.
7시 공연인데 왜 이리 빨리 가냐는 아들의 말에 '겨울콘 때 못 산 MD 사려고 한다.' 하니 군말 없이 MD는 못 참지 하며 따라나선다.
1시간 반을 차를 달려 공연장에 도착했다.
결혼을 하고 한 동안 연신내에서 살았다.
그리고 친구 직장이 홍제동이라 20대 초반부터 지나다니던 동네다.
한 30년 전부터 알던 동네다 보니 오랜만에 방문한 그곳은 너무나 많이 달라져 있어서 많이 낯설지만 그래도 그 시절의 건물들이 그대로인 곳도 있어서 반갑기도 했다.


티켓을 교환하고 겨울콘에서 못 산 MD 티셔츠도 구매하고
비싼 일렉기타도 한 번 잡아보고 ㅋㅋㅋ
왕년에 통기타를 쳤던 나로서는 일렉이 낯설지만 그래도 소리 한 번 내 보고...
기타를 칠 때 피크를 잘 사용하지 않는 편이라 피크로 연주해야 하는 일렉은 좀 어렵게 느껴졌다.
아들에게 어떠냐고 하자 '기타를 잡으면 딱 알지 않아? 잡는 느낌이 다르다고...
지가 얼마나 기타를 쳤다고 말이다. ( 사실 요즘 일렉을 배우고 있기는 한데 레슨 1회차 ㅋㅋㅋ )
내가 요즘 안쳐서 그렇지 구력은 너보다 오래되었다고 모자가 투닥투닥 ㅋㅋㅋ
티셔츠 프린팅도 한 참을 기다려서 만들었다.
야외에 이렇게 부스가 있으니 페스티벌에 온 듯한 기분이다.
그리고 아파트 주차장에 빼곡하게 그려진 솔루 팬들의 낙서 아니 사랑과 정성이 가득 담긴 메시지들
여기 이 공간은 솔루션스 그 자체인 듯 모든 것이 솔루스럽다고나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궁금했던 공연장으로 드디어 입장
아파트 베란다가 무대가 되어서 오래된 음산힌 건물들로 둘러싸인 공연장
건물들 사이로 늘어져 있는 낡은 듯한 전선들
그리고 해리포터의 디멘터를 연상하게 하는 바람에 날리는 검은 천들
늘어져있는 흰 천과 구름이 지나가고 있는 하늘과 어울려져
이 공간이 이 세계에 우리들만이 남아 있는 착각이 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어느 애니에서 본 듯한 모습으로 솔루의 등장으로 모든 것이 완성된 기분이다.
이 공간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이 공간이 곧 솔루인 듯
이번 공연 제목에 'STAGE'라는 공간의 힘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확실하게 여기는 솔루션스만의 공간임이 확실하다.

공연이 시작되고 역시나 기대했던 연주와 노래
나 이제 미쳐 날 뛸 준비 다 되었다고 !!! 달려보자고 ~~~
하지만...
갑자기 작아지는 음향, 무슨 일이지 음향사고?
그러나 그렇게 지속적으로 진행된 공연
나중에 알게 된 사실 민원!!!!
처음 이곳에서 공연을 한다고 했을 때 서울 도심 그것도 아파트가 많은 곳에서 어떻게 압이 센 밴드의 공연이 될 수 있지 하며 의문을 갖기도 했지만... 할 수 있으니깐 하겠지...
그리고 얼마나 낭만적이야...
사라질 곳에서의 역사의 한 장면을 연출한다는 것이
그곳에 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아쉽기는 했지만 괜찮다.
그 덕에 드럼 생 소리와 가끔 들리는 솔님의 육성을 들을 수 있는 행운을 ㅋㅋㅋ
공연이 계속되면서 해는 지고 어두워지면서 공연장에 있는 우리들은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분위기에 취하고 솔루의 노래에 취하고
작년에 입덕해서 몇 개의 공연을 봤지만 주로 3집으로 구성된 셋리 공연을 해서 이전 곡들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번 공연 셋리에 많은 비중으로 3집 이전의 음악이 많이 포진되어 있어서 뉴비로써는 너무 좋은 시간이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말이다.
어디서 떼창을 해야 하는지,
어디에서 박수를 쳐야 하는지,
어디에서 환호를 해야 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
또 가사에 영어가 많아서 아직 가사 숙지가 덜 된 나의 잘못ㅠㅠ
솔님의 3집 노래 말고는 다른 노래들은 잘 모르는 것 같다며 귀여운 훈계를 듣기는 했지만 말이다.
다행히도 내 뒤에는 오래된 팬들이 깃발을 들고 있었기에
오랜만에 뒤에서 밀려들어오는 떼창의 공격을 즐겁게 받았다.
나도 같이 저렇게 자신 있게 즐길 수 있는 날이 언젠가는 오겠지? 하며 말이다.
솔루의 단공은 조명 맛집이다.
겨울 Maximizer는 정말 조명 하나로 공연을 씹어 먹은 느낌이라
이번에는 공간이 공연장이 아니기에 사실 조명이 어떨지 하는 생각 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멋진 조명으로 공연의 완성도를 높여주었다.
하늘에 늘어놓은 천들과 전선 사이로 비추는 조명이 너무 아름다워 자꾸만 하늘을 쳐다보게 된다.
건물을 다르게 볼 수 있는 시선을
음악과 조명 그리고 아파트 네모난 창문에 공연을 하고 있는 한 명 한 명의 아티스트가 어우러져 하나의 설치미술을 보는 듯한 공연장이 아니 전시장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솔루션스의 음악과 조명 그리고 장소의 조화가 완벽하게 팬들에게 하루를 만들어 주었다.
드디어 마지막 곡이 끝나고 터져나오는 함성과 솔루를 환호하는 낭만적인 밤
이곳에서 이렇게 함께 뛰어 놀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행복했다.
이래서 내가 공연을 못 끊고 또 다시 공연장에 와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늘 항상 공연의 끝은 아쉽다.
그 아쉬움을 이렇게 다음 단공을 미리 스포해 주는 오피셜의 센스까지
페스티벌에서 즐기는 솔루의 공연보다는 역시 단공이 최고지 말이다.
"솔루단공 119" 예스 24 라이브홀에서의 또 다름의 공연을 기대하며
계속 이어질 FUTURE PUNK STAGE 새로운 공간에서의 공연도 기대하며
새로운 음반도 기대하며
마지막으로 'BELLS' 음원도 빨리 나오기를 기대하며
항상 어디에서든 최선을 다하는 솔루에게 사랑과 응원을 보냅니다.

이번 글을 작성하면서 동영상이 많이 첨부되었다.
내 폰이 S20이라 영상이 질이 많이 떨어진다.
작년부터 폰을 바꿔야 하는데 하며 생각만 하고 있다.
성격상 핸드폰이 고장 나야 바꾸는데 왜 아직도 고장이 나지 않는지....
공연을 자주 보러 다니면서 영상이나 사진을 찍고 이렇게 글을 쓸 때는 이젠 바꿔야 해! 하며
다짐을 하지만 또 오래된 S20을 들고 공연장을 가는 나.....
이전 아이폰도 5년 이상 사용하다가 화장실 선반 위에 올려놓았는데 늘 놓던 곳에 두었는데
어쩌다 보니 변기 속으로 다이빙 - 내 아이폰은 생활 방수 이전의 모델이라 바로 사망했다.
이젠 물에 빠져도 괜찮고 떨어져도 잘 안 깨지고....
11월 단공에는 꼭 새 폰을 들고 가리라 다짐을 해 본다.
메모리가 가득 차서 이렇게 이 곳을 나의 저장소로 사용 중ㅋㅋㅋ
( 동영상이 많은 이유를 쓸데 없이 구구절절 써 놓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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