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기 좋은 날

통영 막걸리 맛집 : 막걸리아노 도산 생막걸리와 두부 수육, 김치어묵탕

Ho-찡찡이 2025. 3. 17. 03:01


올 겨울에 사천 실안으로 개불을 먹으러 식도락 여행을 했다.
사천까지 내려온 김에 통영에 충무김밥 먹으러 갈까 해서 통영을 찾았다.
통영에 여행 온 것이 10년 이상은 된 것 같다.
그때 아들이 초등학생이었으니 이젠 대학생이 되어서 군대도 다녀오고...
그땐 일산에 살고 있어서 지금 보다 내려오려면 정말 큰 맘먹고 와야 하는 곳이다.
그래서 이번에 사천에 내려온 김에 통영에서 하루를 머물기로 했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을 하다가 여기도 바닷가라 맛집 검색을 하면 해산물 쪽이 많이 나온다.
그래서 막걸릿집으로 검색을 했더니 여기가 나왔다.
육고기가 먹고 싶던 차라 두부 수육이 너무 맛있어 보였다.
언니는 물에 빠진 고기와 두부를 좋아한다.
나는 그냥.... 물에 빠뜨릴 바에는 그냥 구워 먹자는 주의고....
숙소에 짐을 풀고 가게 오픈 시간 전까지 쉬다가 택시를 타고 가게로 갔다.
생각보다 가게가 깨끗하고 잘 정돈되어 있었다.
왠지 막걸리 집이라고 하니 동네에 있는 작은 선술집이 생각나서....

막걸리와 두부수육을 주문하고 사장님이 권해주신 윗주 한 병도 같이 주문했다.
윗주는 막걸리 위의 맑은술만 따로 담아 놓은 술이다.
청주의 맛에 가까운 술이다.
가격도 묻지 않았지만 막걸리보다 비싸겠지?
이 동네 막걸리 ( 법송탁주 도산 생막걸리 )도  탄산이 없고 누룩의 향이 강한 경상도 바닷가의 전형적인 막걸리의 맛이 난다.  
언니는 이런 막걸리를 싫어한다.
그래서 다른 막걸리가 있겠거니 했는데 다른 막걸리는 취급을 안 하신다고,,,,
설마 장수막걸리가 없겠어 했는데 말이다.
언니는 윗주로 나는 막걸리로 주종을 정했다.

밑반찬과 윗주


밑반찬이 깔리고 하나 하나 맛보면서 한 잔 한 잔 하다 보니 윗주 한 병이 어느새 사라졌다.
반 찬 하나 하나가 맛있고 안주로 안성맞춤이다.
따뜻하게 내어주는 고소한 도토리묵
아삭아삭 맛있는 당근
- 식감이 생당근이랑 달라서 물어보니 당근을 어떤 물에 담가 놓는다고 한다.
  어떤 물인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궁금한데...
특히 멸치가 너무 실하다.
혹시 죽방멸치? 는 아니겠지만 그만큼 맛있는 건 사실이다.
어떻게 이렇게 깨끗하게 말렸는지...


정말 맛있는 토실토실 멸치

  
드디어 오늘의 하이라이트 두부수육 등장
마늘을 얻은 삼겹살 수육과 손두부 따뜻하게 내어준다.
거기에 묵은지와 갓김치 깻잎장아찌와 새우젓  
먼저 큼직하게 썰어져 나온 두부에 묵은지 하나 올려서 맛을 본다.
코끝이 찡하게 밀려오는 묵은지와 고소하고 담백한 두부의 조합이 미쳤다.
거기에 묵진한 막걸리 한 잔 환상의 조합이 아닌가.
삼겹살 수육은 잡내를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잘 삶아졌다.
묵은지와도 갓김치와도 깻잎과도 너무 잘 어울린다.
새우젓 하나도 허투루 두지 않았다.
깻잎 장아찌는 콩잎장아찌에서 느껴지는 쿰쿰함이 있다.
오래 삭힌듯한 맛이다.
그래서 돼지고기와 잘 어울린다.
음식이 전체적으로 토속적인, 잘 삭힌 하나하나 정성이 많이 깃든 음식처럼 느껴졌다.
굉장히 대접받는 것 같았다.  
사장님의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두부 수육과 도산 막걸리
두부수육의 킥이 푹 삭은 묵은지와 갓김치
수육 한 점 하실래요?
나는 얼음 막걸리 언니는 윗주로 건배
얼큰하고 시원한 김치 어묵탕


정신없이 먹다가 시원한 얼음 막걸리가 먹고 싶어서 얼음을 부탁드렸다.
센스 있는 사장님이 이렇게 500잔에 얼음을 가득 담아주신다.
시원하게 한 잔 하고 ~~
입은 참 변덕스럽다.
시원한 막걸리를 먹다 보니  겨울이라서인지 아니면 술이 좀 들어가서 인지 뜨끈한 국물이 생각난다.
술안주로는 국물이 있어야지~~
김치어묵탕을 주문하고 2차전으로
얼큰하고 시원한 어묵탕은 우리를 다시 재부팅하게 해 주었다.
다치 처음인 듯 부어라 마셔라 하하하!!!
수육에 나오는 묵은지로 끓였다고 한다.
묵은지에서 나오는 시큼하고 깊은 맛이 어묵탕을 일품요리로 만들어 주는 듯하다.
여기에 우동 사리만 있었으면 딱 좋았을 텐데 말이다.
술을 먹으면 탄수화물이 당기는 건 당연한 일인데 말이다.
조금 아쉬워하며 맛있게 먹고 얼큰하게 기분 좋게 취해서 가게를 나왔다.
숙소까지 걸어서 30분 정도 술도 깰 겸 배도 꺼질 겸 걸어가기로 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는 것도 괜찮다.  

숙소에서 보이는 통영항

- 친절한 사장님!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다음에 통영 갈 일이 생기면 다시 방문해서 다른 음식도 맛보고 싶네요.  
  2월 중순에 방문한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