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히 개인적인 공연후기

단 한 번의 삶, 단 한 번의 전시 : 김영하 글 • 김현우 그림

Ho-찡찡이 2025. 4. 23. 02:13


'단 한 번의 삶'
김영하 작가님의 신작이 발간되었다.
책과 함께 배송된 전시회 초대장

옛날에는 미술관이나 화랑을 다니는 것을 무척 즐겼다.
지금도 좋기는 하지만 기회가 쉽게 오지 않는다.
( 나의 귀차니즘 때문이기도 하지만....)
서울에 살 때는 전시회든 미술관이든 쉽게 갈 수 있었는데 경기도 도민이 되고 나서는 서울 외출 한 번이 어렵다.
그래서 한 번 외출 때마다 여러 가지 일을 몰아서 해결하려고 한다.
특히 자주 보지 못하는 친구들과 약속을 잡거나
자주 갔던 맛집을 찾거나
치과 진료를 하거나
명동이나 남대문으로 쇼핑을 가거나
하루를 알차게 보내려고 노력한다.

주말에 비가 온다고 하니 빈대떡에 막걸리가 먹고 싶어졌다.
전시회를 갔다가 저녁에 광장시장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마침 친구도 서울에 일이 있다고 해서 약속을 잡았다.

아침에 비가 내리다 그쳤다.
잠시 해가 나왔다.
밖에 나오니 공기에 습기가 잔뜩 묻어 있었다.
습한 흙냄새와 함께 비냄새가 난다.
내가 좋아하던 비냄새....
중고등학생시절에 마냥 비 오는 날을 좋아하던 아이였는데...
비가 오면 미친 듯이 밖으로 나가 비를 맞곤 했다.
이제는 그럴 용기는 없다.

지하철을 타고 2시간가량 가면 오늘의 목적지인 인사동이 나온다.
다행히 지하철에 앉을자리가 있다.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으며 갈 수 있다.
옛날에는 지하철을 타면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거나 신문을 읽었다.
지금은 다 핸드폰을 보고 있다.
나같이 책을 읽는 사람은 거의 없다.

책을 읽더라도 화면으로 읽는다.
나도 한 참 전에는 E-Book으로 책을 읽던 시기가 있었다.
언제 어디서든 그리고 따로 책을 챙길 필요가 없어서 편하고 사용했다.
꽤 오랜 시간을 사용했던 것 같다.
그러다 서점을 갔다가 내가 읽었던 책을 발견해서 펼쳐봤는데 책 내용이 기억나질 않았다.
화면에서 사라지듯이 나의 기억 속에서도 키보드의 Del 키를 누른 듯이 삭제되어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내가 기억력이 별로 좋지 않아도 읽은 책을 기억 못 할 정도는 아닌데 하며...)
결국 내가 E-Book으로 읽었던 책들을 다시 종이책으로 다시 읽은 웃지 못할 일이 생겼다.
'무슨 내용이었는데.... 왜 생각이 나지 않지?' 하며 궁금증이 폭발해서 말이다.
그 일이 있고 바로 인터넷 독서 플랫폼을 해지했다
역시 나는 옛날 사람인듯 종이책이 참 좋다.
책쇼핑하는 것도 좋다.
그래서 책들이 쌓여가고 있다.
이사하면서 한 번 정리를 했는데 또 다른 종류의 책들이 쌓여가고있다.  

그렇게 책을 읽으며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다 보니 종각역에 도착했다.
종로는 중학생 때부터 영화를 보러 오고, 책을 사러 오고, 음반을 사려고 자주 다녔다.
그때와는 아주 다른 풍경이지만 그래도 익숙하다.


비오는 인사동 거리


비 오는 운치 있는 인사동 거리
아직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오래된 가게들이 반갑게 나를 맞아주는 듯했다.
인사동 골목 안에 작은 갤러리.
나인원 갤러리 2층에서 전시회가 있다.
대기가 있을 수 있다고 해서, 주말이라 많이 기다릴 줄 알았는데 날씨 탓인지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전시관 안에 입장 인원이 제한되어 있어서 관람객이 퇴장을 해야만 다음 사람이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관람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서 대기 시간은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고 한다.
하지만 등록을 하고 10분도 채 되지 않아 입장을 할 수 있었다.


입장을 하니 어 여기 페스티벌? 팔찌를 준다.
손목에 차고 미술관을 입장한다고.... 페스티벌에 온 기분이 살짝 든다.
저번주에 날씨 때문에 취소되어서 못 간  페스티벌에 온 기분을 살짝 느끼고 ㅋㅋㅋ


입구에서 보이는 전시장 안은 작고 아늑했다.
다섯 명 정도의 관람객이 그림을 감상하고 있었다.
그림만 감상한다면 10분도 안 걸릴 작은 전시회다.
하지만 이 전시는 작가님의 음성으로 책의 몇 개의 챕터를 낭독했다고 한다.  
꼭 개인 이어폰을 지참하라는 안내가 미리 공지되어 있어서
그림 아래 있는 QR코드로 작가님의 낭독을 들으면서 그림을 감상할 수 있었다.
작가님이 글을 쓰고 그 글이 그림 작가님에게 전달되면 글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그림을 보면 책의 한 부분이 떠올려지는 것 또한 그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그렇게 몇 개의 낭독을 들으면 1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처음에는 제속도로 듣다가 나중에는 2배속으로 ㅋㅋㅋ
   다운로드가 가능해서 폰에 다운 받아 놓고
   내가 너무 지체하면 다음 사람들에게 민폐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조금 조급한 마음이....


낭독된 목소리를 들으면서 내가 활자로 읽었던 책의 내용과 겹쳐졌다.
몇몇 장면은 책을 읽으면서 메모해 두었던 내용과 일치하여 괜스레 반갑고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전시회 MD 유리컵


전시장 뒷 공간은 전시회 MD와 김영하 작가님의 책을 판매하고 있었다.
그리고 '1년 뒤 나에게 쓴 편지'라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이것저것을 구경하고 내가 고른 MD는 그림엽서와 유리컵을 구매했다.
컵은 딱 소맥 마시기 좋은 사이즈다.
하지만 나는 소맥을 마시지 않는다.
작은 컵에 맥주를 따라서 한 번에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 용도로 딱인 것 같다.
책도 구매하고 싶은 충동을 참느라 힘들었다.
( 사실은 지금 후회를 하고 있는 중이긴 하다. )
비도 오고 손에 쇼핑한 물건을 들고 우산을 쓰고 술 약속에 간다는 것은 그중 하나는 잃어버릴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가방에 들어갈 정도만 사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내가 사랑하는 밴드 솔루션스 한강 버스킹 기다리며 야외에서 책읽는 재미~너무 좋다♡


단 한 번의 삶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김영하 작가님의 유년시절이 꼭 나의 아들을 보는 것 같았다.
아들도 이 책을 읽고 자기도 같은 생각을 했다며 우리 둘이 한참을 웃었다.
그러면서 '그럼 나도 작가 하면 되는 거야?' 하면서 말이다.
고등학생 때 아들의 장래희망은 작가였다.
책과 글쓰기를 좋아하는 아들이다.
성인이 된 지금은 자꾸만 나에게 책을 추천한다.
정말 읽기 어려운 책들만 골라서 말이다.
그럼 나는 어렵지만 나의 취향이 아니지만 기필코 읽어낸다.
그러면서 가끔은  '나는 어려워서 포기했는데...' 하며 나를 놀리곤 한다.

나는 유아교육계통에서 30년간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했다.
그래서 많은 아이들을 봐 왔지만
아들과 같은 성향의 아이들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좋게 말해서 상상력이 풍부한 거지 사실 망상이라는 것이 더 적절하다.
그래서 생각을 많이 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 눈에는 멍 때리고 있는 듯하다.
학교에 상담을 가면 항상 듣는 말이었다.
그러면서 한 마디 더 붙여 주신다.
그런데 질문을 하면 다 대답을 한다고....
다행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들과 많이 이야기를 했지만 자신도 모르게 무슨 이야기를 들으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야기가 생각난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한 것은  초등 때이고 사춘기가 지나고 나서는 내가 따로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다.
청소년기의 아들에게는 그저 잔소리 일뿐이니....

세상의  모든 아이들 각각의 다른 개성들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주변에서 아들 키우기 힘들겠다며 걱정 아닌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내가 낳은 내 아이가 아닌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나의 유년시절 또한 다르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기억하는 나의 최대의 엉뚱함이 발연되고 또한 사라진 사건이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인 걸로 기억하는데 학교에서 선인장에 대해 공부를 했다.
선인장의 특징으로 가지를 꺾어서 심으며 번식을 한다는 것이다.
나의 어머니는 화초를 키우는 것을 좋아하고 꽃이 피면 너무 좋아하신다.
몇 년 동안 꽃이 피지 않았던 선인장이 꽃을 피웠다.
너무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고 나는 그 선인장의 꽃을 모조리 따서 심었다.
꽃이 꽃으로 번식하면 엄마가 얼마나 좋아하실까? 부푼 맘으로 나는 밖으로 나가 놀았다.
저녁에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나는 정말 이상한 아이가 되어있었다.
어느 누구 하나 나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냥 사고뭉치가 또 사고를 쳤구나 하는 나는 그날 이후 소심한 아이가 더욱더 극소심한 아이로 변해 갔다.
집과 밖에서의 이중생활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나중에 공부를 하면서 나의 어린 시절의 행동들이 그 행동에 대처가 나의 성격형성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나와 비슷한 기질을 갖고 태어난 아들에게 어떤 양육이 필요한지를 조금은 알고 있었기에 이상한 아이가 아닌 조금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점이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고 아들을 대했다.  
성인이 되고 군대도 다녀오고 복학도 하지 않고 지금은 아직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에 빠져 있는  행복한 백수로 지내고 있다.
준비하는 이 시간이 자신의 인생에 중요한 시간들이였음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조언과 격려를 해주는 것 밖에는 없다.
또 힘이 들 때는 꼭 가족에게 이야기하고 항상 널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걱정 말라고 어깨를 토닥거려 주는 일밖에는 없다.    

새롭게 변한 세운상가

집에 돌아와 맥주 한 잔

나의 글쓰기는 항상 이상한 길로 빠지는 일이 많이 발생한다.
꼭 운전할 때 네비 말 안 듣고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듯이 말이다.  
글을 쓰는 것이 익숙하지 않고 두서가 없다.
그냥 사고의 흐름대로 글을 써 내려간다.
그러다 다시 읽어보면 사족이 너무 많아서
이걸 다 쳐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조금 더 글을 쓰다 보면 괜찮아질 거라는 말도 안 되는 희망을 품고
다시 글쓰기를 시작한다.
내가 살아온 시간들을 글로 남겨놓고 싶은 마음으로 여기저기 글를 쓰면서
나의 기억들을 집어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