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기 좋은 날

다시 찾은 실안 "개불"

Ho-찡찡이 2025. 2. 17. 01:11

작년 2월이 끝나 갈 무렵...
겨울 여행을 계획하다가 실안이라는 동네를 알게 되었다.
경남 사천 실안
처음 들어보는 동네다.
사천은 아들이 군대를 공군으로 가서 진주 훈련소를 데려다주면서 처음 가 보게 되었다.
하지만 그때도 몰랐던 동네인데 작년에 이어 올해도 다시 찾게 되었다.

작년 2월에 신동엽 님의 유튜브 짠한형을 시청하다가 한 겨울에만 먹을 수 있는 개불이 있는데 지인이 실안에서 보내 주었다며 문세윤, 넉살 님과 먹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둘째가라면 아쉬울 정도로 미식가인 신동엽 님이 이렇게까지 칭찬을 할 때는 그 맛이 참 궁금해진다.
특히 실안 개불은 12월에서 2월까지만 맛볼 수 있는 귀한 식재료이고, 우리가 흔히 먹는 개불과는 차원이 다른 맛이라며 개불계의 에르메스라며 너무 맛있게 먹는 장면을 보면서 꼭 먹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여행지를 여수에서 실안으로 변경되었다.  

2박 3일 일정으로 미식여행을 계획했다.
거리가 좀 있는 곳이라 여유 있게 일정을 잡고 근처에 호텔을 예약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출발했다.
4시간 정도 열심 달려 도착했다.

루벤스 호텔 5층 뷰 디럭스 트윈

호텔에 도착해 짐 풀고 잠깐 쉬었다가 호텔 앞에 있는 '아!그집'이라는 횟집을 찾았다.
실안 개불 소자가 6만원..... 가격이 미쳤다. 개불은 회사면 서비스로 주는 건데....
그래도 이것 때문에 왔으니 개불 소자를 시키고 부족할 듯해서 회도 소자로 시키려고 하니,
종업원이 소자까지는 많을 것 같다며 조금만 썰어주신다고
매운탕도 같이 나오니 이렇게 먹어보라고 권해서 그렇게 주문을 했다.

경상도 소주인 대선 한 병과  밑반찬으로 한 잔 하고 있으니 드디어 실안 개불 영접.....
보기에는 사실 좀 그렇지만....  하지만 움직임이 얼마나 신선해 보이는지.....
첫 실안 개불 한 점 간장에 살짝 찍어서 입에 넣었을 때 이건 우리가 아는 개불의 맛과 식감이 아니다.  
씹을수록 고소하면서 단 맛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아삭하면서 아니 꼬득거리는 식감이 맛을 더 상승시켜 준다.  
여기에 소주 한 잔!  캬~  이게 바로 어른의 맛이다.
이런 기분은 내가 20대 초반 고급 일식집이라는 곳에 회식으로 처음 우니를 처음 먹었을 때의 감동과 비슷하다.
그렇게 처음 먹어보는 개불과 소주와의 궁합은 환상적이었다.

사장님이 센스로 개불의 신선함 증명ㅋㅋㅋ


그리고 개불을 거의 다 먹을 때쯤 나온 감성돔 한 접시... 적은 듯했지만... 한 점 들어 간장에 살짝 찍어서 맛을 봤다.
살짝 숙성을 시킨 듯 이 식감 뭐지??? 쫀득함이 젤리 같다.
이와 이 사이에 살짝 달라붙는 듯한 식감과 씹을수록 입안에 가득 차는 고소함과 단맛 그리고 향긋한 돔의 향긋한 특유의 향이 퍼진다.
이때 소주 한 잔... 캬~ 나 정말 이제껏 잘 살아왔나 보네.
이렇게 회 한 점과 소주 한 잔에 행복을 느낄 수 있다니... 이런 행복을 주다니...
이 집은 쌈장과 초장이 맛있는 집이다.
쌈장은 된장에 마늘과 청양고추를 다져서 넣어주고 쌈장은 조금 큰 밥그릇에 초장에 파 마늘등으로 묽게 만들어 국자를 꽂아 준다. ( 사장님이 계속 우리 집은 초장이 맛있으니깐 찍어 먹으라고 한다. 나는 간장에 찍어서 회의 맛을 느끼고 싶은데....)
간장에 먹다가 쌈장으로 그리고 마지막에 초장으로 넘어가서 열심히 먹으면 대망의 매운탕이 나온다.
지금까지도 충분히 배가 부르고 많이 취해있다.
언니와 둘이서 소주 4병째 마시고 있는 중이다.
매운탕의 비주얼은 너무 맛없게 생겼다.
빨갛게 먹음직스럽지 않고 양념을 덜 한 것 같은 비주얼이다.
그래도 생선이 감성돔인데... 바글바글 끓기 시작하고 공깃밥과 김치가 나왔다.
보기만 해도 침이 고이는 곰삭은 듯한  비주얼의 김치를 올려 한 입 먹자마자 탄성이...
이런 김치가 바닷가라 젓갈을 많이 써서 강한 향이 나는 김치가 아니라 ( 부모님 모두 경기 분이라 우리 집 김치는 담백하고 시원한 맛이라 젓갈이 많이 들어간 강한 향이 나는 김치를 잘 못 먹는 편이다.) 적절하게 강렬한 맛의 김치가 너무 맛있다. 그렇게 감탄하는 사이 매운탕이 다 끓여진 것 같아 한 숟가락 떠서 맛을 보니 우~와~어디서도 먹어보지 못 한 시원하고 얼큰한 매운탕인 것이다.
매운탕과 지리의 그 중간쯤... 여기서 우리는 참지 못하고 소주 한 병을 더 시키고 말았다.
매운탕과 묵은지 그리고 탄수화물인 밥.
환상의 조화가 아닌가!!!
그렇게 우리는 만취가 되어서 바닷가를 돌아다니며 낭만을 즐겼다.

자연산 감성돔 한 접시

그리고.....
올해 다시 찾은 실안 개불 '아!그집'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작년에 우리에게 아가씨라고 부르시던 어르신도 계셨다.
많은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식당이니 1년 만에 다시 찾아온 우리를 알아 볼일 없지만 그래도 아는 체를 해본다.
작년에 먹고 너무 맛있어서 다시 찾아왔다고 말이다.
작년과 같이 가격이 오르지는 않았다.
작년과 같은 메뉴로 시키려고 했는데 올해 여름이 너무 더워서 개불이 많이 녹아버렸다고 올해는 수확량이 적다고 한다.
개불 소자를 주문하고 생선회 소자를 주문했다.
역시는 역시다.
1년에 한 번 이것을 먹을 수 있는 것이 행복이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여유를 즐길 수 있다니...  
이 집의 묵은지가 1년 내내 생각이 날 정도로 맛있어서 이번에는 회가 나오면 묵은지에 먹어봐야지,
회가 너무 맛있어서 그냥 소금에 찍어 먹어보고도 싶었다. ( 와사비 소금이 너무 생각나는.... )
그래서 사장님께 소금 부탁드리고... ( 친절하게 갖다 주시고^^~)
정말 맛있게 먹고 마시고 즐기며 일몰을 구경하며.... 얼마나 낭만적이지 않은가 ~~~  

아!그집 - 실안 노을 길
실안 개불과 소주 한 잔
생선회 소 자연산 감성돔과 그냥 돔이라한다.
호텔에서 본 일몰


실안은 석양이 너무 아름다워 눈이 멀었다는 전설에 유래되어 실안이 되었다고 한다.
실시간으로 떨어지는 해를 보며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너무 좋다.
매년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찾아서 여행을 다닐 수 있는 마음이 맞는 여행 메이트가 있고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참 행운인 것이다.
내년에도 다시 찾을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