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이 되면 사천 실안으로 개불을 먹으러 내려온다.
평택에서 실안까지 거리가 좀 있어서 2박을 한다.
하루는 개불을 먹고 다음날 무엇을 먹을까 하다가 아귀가 유명하다고 하니 아귀찜을 먹기로 했다.
식당을 검색하다가 사천 노포 황금마차라는 곳을 찾고 아귀 수육을 판다고 해서 찾아갔다.
사천 용궁수산시장 초입에 위치하고 있어서 숙소에 차를 주차하고 택시를 타고 점심시간을 피해 도착했다.
작년에는 저녁 시간에 가니 웨이팅이 있어서 올 해는 점심으로 낮술을 거하게 먹어 볼까? 하고 일정을 잡았다.

나의 첫 아귀수육은 몇 년 전 예산 장날 생아귀를 사다가 수육을 해 먹은 적이 있는데 아귀간과 내장이 말도 안 되게 맛있었다.
특히 아귀 간을 살짝 간장에 찍어서 사케와 페어링 해서 먹는데 식감이 매우 부드럽고 고소함과 느끼함이 환상의 조화를 이루는 맛이었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식재료가 아니라서 이렇게 현지에 올 때 꼭 먹으려는 한다.
식당에 도착해서 또 한 번의 선택의 기로에 선다.
찜과 수육.... 이번에도 수육으로 정했다.
찜은 동네에서도 쉽게 먹을 수 있지만 수육은 쉽지 않아서 역시 수육으로 정했다.
수육과 막걸리를 주문했지만 막걸리가 떨어져서 지금 오고 있다고 한다.
그럼 기다렸다 먹어야지....
밑반찬이 깔리고 수육이 나왔다.
막걸리를 기다릴 시간이 없다.
소주 좋은데이를 주문했다. 이 동네 소주라고 한다. ( 경상도는 대선 아닌가??? )
미나리와 함께하는 아귀수육 그리고 소주 한 잔은 그냥 행복 그 자체인 것이다.
아귀수육은 살보다는 내장과 간을 맛보려는 음식이다.
신선하지 않으면 먹을 수 없는 음식이라 특별하다.
부드러운 아귀간과 쫀득하고 꼬들거리는 내장과 살짝 데친 미나리과 곁들어 간장 ( 개인적으로 와사비 간장은 비추다, 와사비의 향이 너무 쎄서 미나리의 향을 해치는 경향이 있다. ) 을 살짝 찍어서 막걸리와 먹으면 미친 조합이다.
하지만 오늘은 막걸리가 없다.
아니 아직 오지 않았다.
아쉽지한 소주 한잔도 괜찮다.
언니는 감성이 풍부한 사람이다.
나와는 아주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좋으면 좋다고 맛있으면 맛있다고 호들갑을 떠는 편이다.
그래서 한 점을 먹을 때마다 맛있다고 너무 행복하다고 표현한다.
점점 나도 언니를 닮아가고 있는 듯하다.
나의 감정을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허름한 노포에서의 언니와의 술자리가 작지만 큰 행복이다.


아귀 수육을 한 점 한 점 먹을 때마다 감탄사를 남발하면서 한 잔 한 잔 먹다 보니 벌써 2병 째다.
접시는 바닥이 드러날 때쯤 막걸리가 도착했다.
언니는 이 동네 막걸리를 좋아하지 않는다.
탄산이 거의 없고 누룩의 향이 강하다고 말이다.
경상도 바닷가 지역의 막걸리가 대체적으로 이런 맛인 것 같다.
많이 경험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이 지역의 누룩의 향인듯 하다.
하지만 나는 이 동네 막걸리는 묵진해서 좋다.
끝에 올라오는 향도 맘에 든다.
그래서 푹 삭은 이 동네 김치와 아귀수육과 환상의 궁합을 이룬다.
접시는 바닥을 드러났지만 김치를 안주 삼아 마시고 있는데 직원분들 식사를 하시면서 아귀찜도 맛보라며 한 접시 내어주었다.
그냥 우리가 아는 맛이겠거니 하며 한점 먹었는데 꼬득한 아귀의 식감과 고소함 그리고 매콤함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건조한 아귀를 사용해서 식감이 남다르다.
또한 설탕을 쓰지 않은 듯 단맛이 거의 없고 단순한 맛이지만 깊이가 어마무시하게 느껴지는 아귀찜이다.
이런 맛은 참 오랜만이다. 예전에 엄마가 해주셨던 그맛이었다.
생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엄마는 아버지가 좋하한다는 이유로 생선 찜을 가끔 해주셨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애는 잘 안하신다.
우리 엄마의 대화는 항상 기승전 아버지로 끝난다. 그렇게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10년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아버지의 흉을 보신다. 사실 싫어서가 아니라는건 우리 딸들모두가 알고 있다. 아버지를 사랑하시는게 틀림없다. 그리운것이 틀림없다.
처음 주문을 할때 옆에서 식사하시던 현지분인듯한 일행이 자기들끼리 찜이 더 맛있는데 하던 말이 생각났다.
김을 직접 사오셔서 밥이랑 같이 드시던 분들이셨는데 나가시면서 남은 김을 밥과 함께 먹어보라고 주고 가셨다.
그렇게 주신 아귀찜도 다 먹고 담에 또 오자는 얘기를 나누며 가게를 나선다.
다음에는 꼭 파티원을 더 모집해서 찜과 수육을 같이 먹기를 기원해 본다.

식사 후 소화를 시킬 겸 청널공원으로 향했다.
삼천포항에서 전망대를 보고 청널공원 안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기로 했다.
그곳에사는 개냥이가 우리가 가게의 문을 열자 자신의 집인것 처럼 먼저 들어가 자리를 안내한다.
그리고 바로 누워 버리는 ㅋㅋㅋ 귀엽다.
작년 2월 말에 왔을 때는 봄의 문턱인 듯 동백꽃과 매화가 한창이었는데 올해는 이른 감이 있다.
동백꽃을 좋아하는 언니가 무지 실망했다.
내년에는 좀 늦게 오자고...
동백이가 없다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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