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년 만이다.
친구들과 울릉도를 가기 위해서 묵호항을 방문했던 것이...
20대 초반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고 여름휴가를 맞아 울릉도로 여행할 계획을 세웠다.
고등학교 때부터 붙어 다니던 친구와 둘이서의 여행이었다.
이때는 펜션이니 예약이니 뭐 그런 거 없었던 시절이라 그냥 가서 민박 잡고 놀던 시절이라...
배낭에 취사도구(버너와 코펠 등등) 먹을거리 그리고 여러 옷가지들을 잔뜩 등에 짊어지고 떠나는 여행이었다.
울릉도에서 3박을 하고 부산에서 1박을 할 계획이었다.

서울 청량리역에서 기차를 타고 묵호에 도착해서 울릉도 가는 배를 타고 입도할 계획이었다.
계획하던 중에 친구의 대학 동기들과 조인을 하게 되어서 같이 여행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친해진 친구들은 나의 20대의 청춘을 같이 보냈다.
30년이 훌쩍 넘긴 지금도 가끔 연락하고 지내는 오랜 친구가 되었다.
그래서 그때의 기억이 나서 갑작스럽게 떠나게 된 여행이었다.
지금은 평택에 살고 있어서 강원도 여행이 좀 부담스럽게 되었다.
일산이나 서울에 살 때는 길이 좋아져서 바다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냥 쉽게 차에 시동을 켜고 갈 수 있었다.
평택에서 한 시간이면 바다에 갈 수 있어서 바다가 보고 싶으면 자연스럽게 서해로 차를 몰곤 한다.
한강 여의도에서 내가 좋아하는 밴드 솔루션스의 버스킹 공연을 보러 갔다가 봄바람에 맘이 동요되어서 올림픽대로에서 경부 고속도로를 지나쳐 그냥 쭉 달려 양양으로 달렸다.
2시간 조금 넘게 걸려서 10시쯤 양양에 도착했다.
인터넷으로 낙산사 뒤쪽인 후진항 근처 바다가 보이는 숙소를 예약했다.
저녁 요기를 하려고 식당을 찾았다.
금요일 밤인데 가게는 모두 문을 닫았다.
식당을 찾다가 결국 속초 시내에 있는 버거킹에서 와퍼를 사고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 도착해 햄버거에 맥주로 배를 채우고 바다를 보며 맥주 몇 캔 더 마셨다.
오늘 아침부터 서둘렀더니 피곤했는지 금방 취기가 올라온다.


아침부터 시끄럽다.
공사를 하는지 계속 시끄러웠다.
11시 퇴실이라 늦잠을 자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이 일어나 씻고 나갈 준비를 한다.
커튼을 여니 오늘 날씨가 우중충하다.
맑은 날씨의 파란 동해 바다가 보고 싶었는데 아쉽지만 할 수 없다.
그래도 간간히 햇빛이 비춰준다.
바람도 불고 꽤 쌀쌀한데 파도가 좀 있어서 벌써부터 서퍼들은 서핑을 즐기고 있다.
겨울 내내 봄이 오기를 기다렸을 청춘들이다.
(사실 나는 일 년 내내 보드를 타기 위해 겨울을 기다렸던 사람이었는데.... )



목적지 없이 온 여행이라 어디를 갈까 하다가 묵호를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번 가려고 할 때마다 거리가 멀어서 쉽게 오지 못했던 곳이다.
나의 여행 메이트인 언니는 왜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동해가 굉장히 멀게 느껴지는 듯하다.
그래서 동해를 기피하는 듯 오늘은 나 혼자이니 내 마음대로 일정을 잡는다.
여기에서 1시간가량 소요된다.
꽤 먼 거리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출발!!
묵호를 가는 길은 봄꽃으로 물들어 가고 있다.
개나리부터 산수유, 그리고 벚꽃까지...
어제 여의도는 벚꽃이 이제 겨우 몽우리 지고 양지바른 곳만 조금 피어 있었는데 서울 쪽보다는 따뜻한지 강릉쯤 도착했을 때 고속도로의 꽃들은 만발하여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과 대조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목적지인 묵호항에 도착했다.
그 옛날의 기억은 그냥 작은 어촌 마을의 느낌이었던 것 같은데...
이젠 잘 정돈되어 있는 관광지의 느낌이다.
묵호여객터미널은 그대로 인 듯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30년 전 같이 했던 친구들에게 톡으로 사진 한 장 보내고 나니 다들 그때를 기억하며 감회가 새롭다고 한다.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지만 그때의 추억을 안주삼아 한참을 수다 떨 수 있는 여유가 우리에게 생겼다.
산 위의 마을들은 이제 벽화들로 꾸며져 예쁘고 아기자기한 모습들을 갖추고 있었다.
옛 모습은 사진으로만 남았다.


어떤 검색도 없이 왔던 묵호라 일단 앞으로 직진이다.
묵호여객터미널을 벗어나니 묵호수산물 시장이 나타났다.
이곳은 대게와 문어가 특산물인 듯하다.
매대마다 대게가 잔뜩 진열되어 있고 찜기에서는 연실 김이 오르고 있다.
슬슬 배가 고파오기 시작한다.
무엇을 먹을까 하다가 사람들이 줄을 잔뜩 서 있는 식당이 있다.
탕수육과 문어 짬뽕을 하는 집이다.
검색결과 거동탕수육이라는 가게인데 일단 사람들이 많아서 그리고 개인적으로 짬뽕을 안 좋아하는 1인으로 다음에 기회가 되면 가기로 하고 계속 바다를 향해 걸었다.



그리고 마주한 묵호의 바다는 거칠었고 아름다웠다.
그렇게 거세게 부는 바람을 이기며 걷다 보니 묵호 등대로 가는 길이 나를 불렀다.
등대는 동네 정상에 있다.
작은 골목길을 따라 바다를 바라보며 30분가량 올라가면 등대가 나온다.
올라가는 가파른 길마다 예쁜 벽화와 소품들,
아름다운 시구절을 적어 놓은 푯말,
봄을 마중 나온 그러나 바닷바람에 힘겨워하는 작은 들꽃들,
조잘거리는 귀여운 커플들이 이 공간을 아름답게 가득 채우고 있다.
묵호등대를 오르는 길이 여러 개가 있는 듯하다.
나는 등대오름길로 올라가 논골담 3길로 내려왔다.
천천히 조용한 동네를 걷다가 곳곳에 마련되어 있는 쉼터에 앉아 묵호바다를 내려다보는 낭만을 즐기기 좋은 장소인듯하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장소들도 있다.
조금은 소란스럽고 사진 찍기에 열심히지만 그곳이 풍경이 예쁘고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건 사실이다.









그렇게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바람도 많이 분다.
너무 춥다.... 그리고 정말 배가 고프다.
아침부터 커피 한 잔 마시고 벌써 2시가 넘었다.
대게는 못 먹어도 문어는 먹어야 하지 않을까 하여 문어집을 찾았다.

주차장 앞에 바로 식당이 보인다.
문어 물회와 문어 국밥을 하는 집이다.
날씨가 추워서 문어 국밥을 주문했다.
아.... 문어국밥은 나의 취향이 아니었던 것이 생각났다.
언젠가 유명한 맛집에서 먹었는데 내 취향이 아니었던 것이 갑자기 떠 올랐다.
그래서 바로 문어 물회로 변경했다.
추운 날씨에 속아서...
문어 국밥을 주문할뻔했다 ㅋㅋㅋ



음식이 나오고 문어숙회를 한 점 먹었는데 탄력이 있으면서도 잘 삶아져 육즙( 문어도 육즙이라고 하나?)이 그리고 간이 딱 맞는 맛있는 숙회였다.
사실 소주 한 잔이 절실했지만 내일 출근을 해야 하니 1박을 더 할 수 없어서 물회에 집중하기로 했다.
문어 몸통과 다리를 적절하게 섞어서 만들어 주신 물회에 살얼음육수를 넣고 야채들과 함께 먹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물회에는 면사리보다는 따뜻한 밥을 말아먹는 것을 좋아한다.
이 집은 사리와 공깃밥을 같이 준다.
너무 좋다.
먼저 면사리를 조금 넣어 먹다가 밥을 조금씩 말아먹는다.
따뜻한 밥알과 차가운 육수가 만나 탱글 해진 밥알과 아삭한 야채와 쫄깃한 문어가 만나 입안에서 씹히는 식감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여러 가지 맛이 절로 미소를 번지게 한다.
그렇게 혼자 웃다가 감탄하다가 보니 어느새 빈 그릇이 내 앞에 남아있었다.
다음 여정을 정해야 할 시간이다.
집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더 돌아다닐 것인가....
오랜만에 온 김에 더 돌아다니기로 하고 바닷가로 차를 몰았다.
바다를 끼고 드라이브를 하고 싶었다.
묵호항에서 정동진까지.....



망상해수욕장까지 가는 길에 차를 몇 번을 세웠는지....
가는 곳곳이 너무 예쁘고 아름다웠다.
내가 그리던 동해바다의 풍경들이었다.
가끔 비춰주는 햇살이 바다 위의 아름다운 윤슬을 선사해주기도 했다.
비도 내리고 바람도 불고 파도가 좀 있는 날씨임에도 바닷가 풍경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몇 년 동안 보아온 제일 멋진 바다가 아니었나 싶다.







하루 종일 날씨가 흐리다가 비가 오다가 이젠 잠깐 해가 나와 예쁜 색깔의 바다를 심곡항에서 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 부채길 탐방로를 가볼까 했는데 날씨관계로 갈 수는 없었다.
아쉽지만 그래도 옥빛 바다를 구경할 수 있어서 감사하며 정동진으로 향했다.
정동진에 도착했는데....
예전의 모습을 어리석게도 기대했는지 변해버린 모습에 그냥 차를 돌리고 말았다.
오랜만에 나 홀로 여행
혼자 자유롭게 여행은 언제라도 즐겁다.
나만의 여유를 즐기고
가끔은 외롭다는 기분도 느낄 수 있고
( 나는 외로움을 잘 느끼지 못하고 혼자만의 시간이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
나의 에너지를 가득 채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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