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5일 일요일.
홍대 무신사 개러지에서 열린 크라잉넛 '뜨거운 안녕' 2024 연말 콘서트를 다녀왔다.

노래방에 가면 늘 마지막 곡으로 부르는 노래가 '말달리자'이다.
언제부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술에 얼큰하게 취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노래방이 떠나갈 듯 친구들과 마지막 곡을 불렀다.
이렇게 노래를 부르고 나면 온갖 스트레스가 풀리는 듯했다.
대신 나의 목소리를 내놔야 했다.
( 내일 수업해야 하는데..... )
그러다 노래방 갈 일도 없어지고
말을 달릴 일도 없어지는
삶의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워킹맘이 되어 있었다.
그러다 2년 전 아들도 군대를 가고,
나도 하던 일을 그만두고 자발적 백수가 되었다.
간간히 알바를 하며 일상을 즐기고 있던 참에
올해부터 콘서트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페스티벌도 가게 되었다.
"2024 동두천 락 페스티벌!!!" 나의 첫 페스티벌이다.
올해 장범준, 10CM, 소란의 콘서트를 다녀오고 나서 데이브레이크를 보고 싶어서 찾았던 곳이다.
하지만 나의 추억을 소환시킨 것은 크라잉넛이다.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아 온 크라잉넛이다.
동두천 락페는 어느 한 연령층에 편중되어 있는 곳이 아니라 남녀노소가 모두 섞여있었다.
아빠 목마를 탄 어린아이부터
백발의 노인(Rock spiritf이 가득 차 계신)까지 모두가 락에 빠져 헤드뱅이를 하고 있었다.
물론 나도.... 고등학교 때 헬로윈과 메탈리카를 좋아하던 소녀인지라ㅋㅋㅋ


드디어 크라잉넛의 등장!!!! 역시는 역시다.
약 30년의 역사(내년이면 30주년)를 어찌할 수가 없다.
그냥 무대 위에서 리허설만 해도 그 자체로 멋짐과 여유가 풍겨 나오는 밴드인 것이다.
그렇게 한 시간 가량을 나와 관객들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그 열기는 너무나 신나고 뜨거웠다.
맞다 내가 사랑하던 음악이었다.
그렇게 크라잉넛을 영접하고 다시 찾은 두 번째 페스티벌은 경기 인디 페스티벌이였다.
내가 사랑하는 밴드 소란과 크라잉넛이 같은 날 같은 무대에...
동두천에서 '비둘기'를 공연하지 않아 너무 보고 싶었는데... 아쉬웠는데
인뮤페에서는 '비둘기'를 실제로 들을 수 있었다.
여기에는 슬램과 락놀이가 창궐하고 있어서 그거 구경하는 것도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인뮤페가 아니라 인디락페였다.
그렇게 미쳐 날뛰며 공연을 즐기며 단콘이 있으면 꼭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나고 공지가 딱 !
12월에 단콘을 한다고.....
티켓팅하는 날 알람을 맞춰 놓고 티켓팅을 했지만 아쉬게도 앞자리 실패....
200번대 초반인데 그래도 괜찮겠지...뭐,,
하지만 남성 팬이 많은 크라잉넛...
공연장이 크지 않다는 것을 잘 알지 못했던 나는....
나의 시야는 망....필....
내 앞은 키가 큰 땅콩.... 어....아.....하......
절망ㅠㅠ
'다음에 잘하자!' 노래가 계속 머릿속을 스쳐가며 '다음에 잘하자! 티켓팅!!!'
그렇게 입장을 하고 공연 시작을 기다리며 드!디!어! 시작!!! 캭~~~~
함성소리와 함께 시작한 공연은 쉴 새 없이 함성과 박수, 그리고 점프 점프 점프~~~
한 겨울에 반팔로 땀을 비 오듯 흘리며 잠시도 쉬지 않고 공연을 즐겼다.
1시간이 지나고 1부가 끝나고 15분 휴식,,,,
무슨 공연 중간에 쉬는 시간이???? 라고 생각하겠지만 크랑잉넛 공연에서는 꼭 필요한 시간이다.
다음 2부를 달리기 위해 좀 숨도 고르고,
수분도 섭취해 주고, 당도 채우고...
다시 달릴 준비 완료!!!
그렇게 2부도 열심히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리고!!!

나처럼 뉴비도 있겠지만 내 주위에는 고인물들이 많았다.
모든 노래를 떼창을 하고 어떤 노래는 화음으로 떼창을 하기도 한다.
나처럼 덕질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뉴비는 작아지는 지점이다.
그렇다고 기가 죽어서 못 즐길 나도 아니고....
'와! 대단하다.'라고 생각하면서 나도 지금부터 팬심을 가득 채워 나가면 되지요^^ 하면서
열심히 뛰고, 박수 치고, 소리 지르고, 노래 따라 부르고 나만의 방식으로 공연을 즐겼다.
여느 페스티벌보다 빡쎈 크라잉넛 콘서트였다.

"우리 지금 여기에서 공식적으로 욕 한 번 시원하게 합시다!!! 다음 곡. 지독한 노래!!!"
가사가 아마 '탁'치니 '억'죽고, 물 먹이니 얼싸 죽고, 사람이 마분지로 보이니?
개XX, 소XX, 말XX, 씨발XX 웃기지도 않는다고라
속시원하게 떼창을 하며.... 씁쓸하지만....
그래도 지금 이 공연장에 있는 우리는 "좋지 아니한가"
행복이라는 것이 너무 어렵지 않다는 것을,
내가 그려 갈 내 인생이 앞으로 더 빛나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밤이었다.
내년은 크라잉넛 데뷔 30주년이라고 한다.
그것은 한국 인디도 30주년이라고 한다.
그래서 인디 페스티벌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는데 꼭 성사되어서 내년에 멋진 공연을 땅콩들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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