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장범준의 오랜 팬이다.
버스커 버스커가 슈퍼스타K에 나왔을 때부터 지지했던 팬이다.
그들의 음악을 너무 사랑한다.
음악을 좀 편협적으로 듣는 나는 한 가수에 꽂히면 쭉 그 사람의 노래만 듣는 편이다.
가끔 라디오나 TV에서 들은 음악이 좋아서 그 가수의 음악을 찾아 듣고 팬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음악만 들을 뿐 덕질을 하지는 않았다.
사실 나이가 나이라.... 아이를 키우고 일을 해야 하고 삶의 여유가 없던 시기라....
결혼을 하고 나서는 문화생활이라면 TV나 라디오, 그리고 영화관람, 독서 정도....
10~20대에 즐겼던 공연을 보러 다니는 것은 즐기지 못했다.
그러다 나이 50이 되어가는 즈음... 아들이 대학을 가고 나도 이젠 일을 그만두고 이른 은퇴를 결심했다.
대학 졸업 후 산후 휴가를 제외하고는 한번도 쉬지 않고 일을 했기 때문에 이제는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간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여행도 다녔다.
코로나로 인해 열리지 않았던 공연들도 이제 열리기 시작하고....
콘서트가 이제 마스크를 벗고 소리도 지르고 예전으로 돌아왔을 때 장범준 님의 콘서트를 어렵게 가게 되었다.
평일에 열리는 작은 소공연으로 암표로 인해 공연을 취소하고 추첨을 통해 공연을 관람할 수 있게 특이하게도 말이다.
응모를 하고 당첨이 되고 공연을 보러 가게 되었다.
정말 즐거운 공연이었다.
나이가 들어서 간 첫 스탠딩 콘서트였다.
(나의 첫 스탠딩 공연은 장국영과 이선희 조인트 콘서트였다.)
너무 즐겁게 공연을 즐겼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더 공연을 보게 되었다
스탠딩 1열 중앙에서 공연을 볼 수 있다는 행운을 누렸다.
역시나 멋진 공연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범준님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10CM 권정열이라는 가수를 다시 알게 되었다.
내가 알고 있던 10CM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거기 있었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노래 말고도 좋은 노래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고 음악을 찾아들었다.
그러던 중 10CM 영상을 찾아보다가 고영배 님을 알게 되었다.
그냥 지나가는 라디오에서 들었던 것 같은데...
내가 시청하지는 않았지만 비틀즈코드에 나왔던 사람 그 정도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영배님은 너무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영배님과 정열님은 나의 개그 코드가 너무나 잘 맞는 사람들이었다.
십란한 밤을 보면서 보는 내내 웃었다.
입덕 영상이 무엇이었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그러다 십란한 밤 1회부터 정주행....
정말 재미있는 사람들이지만 음악도 잘하고, 삶을 살아가는 태도 또한 바르다라는 것을 7년간의 영상을 정독하면서 느낄 수 있었다.
나랑 딱 10살 차이가 나는 동생(?)이라 하기에는 좀.....
하지만 내가 듣고 어렸을 때 즐겼던 음악을 어떻게 알지? 하는 의문이 들 때도 많았다.
내가 20대였을 때 그들은 10대였을 텐데.....
그래서 내가 10대 때 들었던 음악들을 생각해 보니... 아하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10대 초반 때 조용필, 전영록, 김수철, 박남정 님들의 음악에 열광을 했고
10대 후반에는 변진섭, 이승환, 신승훈, 이승철 님의 음악에 열광하던...
하지만 나는 푸른 하늘을 좋아했고
장필순 님의 목소리를 사랑했고
다섯 손가락을 그리고 시나위와 백두산, 부활 한국 락밴드를 사랑했다.
그리고 통기타 동아리를 하고 있어서 7080의 음악을 많이 연주하고 노래를 하곤 했다.
통기타라 하면 7080이지....
그렇게 소란이라는 밴드가 궁금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소란의 음악을 찾아 듣게 되었다.
나는 소란의 음악을 사랑한다.
하지만 소란을 알게 된 시점은 올해 2024년 5월이었다.
어디에 명함 내밀기도 창피하지만 말이다.
나는 무언가를 좋아하면 끝까지 파보는 변태성향이 있다.
가수를 좋아하면 모든 노래를 다 찾아 들어봐야 하고, 작가에 꽂히면 그의 책을 모두 찾아 읽어 봐야 한다.
중간에 나와의 코드가 맞지 않으면 거기서 멈추게 된다.
하지만 거의 끝까지 가는 편이다.
왜냐하면 잘 꽂히는 편이 아니라서....
그렇게 팬이 되면 이젠 의리인 것이다.
좀 재미없어도, 조금 나의 취향이 아니어도 음,,, 다음에는 좋겠지 하며 책을 읽고 음악을 듣는다.
소란의 음악은 이상하다.
쉬운 듯 어렵다. 익숙한 듯 낯설다.
내가 처음 소란의 음악을 들었을 때의 마음이다.
이전에 들었던 경험이 없어서일까?
나는 꽂히는 가수가 있으면 1집부터 찾아 듣는다.
데뷔 앨범부터 차근차근 듣기 시작한다.
별다른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다.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아서다.
'이 가수의 처음이자 시작이 어땠을까?'가 궁금해서다.
'잊어야 해'부터 시작해서
마지막으로 나온 셋 리스트 EP앨범 '우리 가던 길로 천천히 가자'까지 들었을 때 가장 좋은 노래는 '행복'이었다.
노래 가사가 너무 예쁘고 멜로디도 쉽고, 불러 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음악이었다.
그리고 가창 시도..... 뭐야 노래가 왜 이래?
너무 어렵잖아... 쉬워 보였는데.... 무슨 일이야....
그리고 알았다.
소란의 노래는 듣기와는 다르게 부르기 어렵다는 것을....
최애곡은 계속 변한다.
벌써 몇 번째인지... 이러다 전곡이 최애곡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모든 노래가 좋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노래를 추천할 때 너무 어렵다.
지금의 최애 곡은 어쿠스틱 버전의 AAA이다.
특히 어쿠스틱버전의 영배 님의 무반주에 목소리만 나오는 랩 부분이 너무 좋다.



그리고 찾아간 첫 콘서트.
소란한 여름밤.
첫 느낌은 소란 팬들은 차분히 앉아서 콘서트를 즐기는구나?
내가 가본 콘서트 분위기 중에 제일 정적인 공연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10CM 팬콘을 찾았다.
이쪽 분위기도 비슷했다.
나 혼자 신나서 옆 사람 눈치를 봐야 하는....
하지만 난 눈치 보지 않고 소리 지르고 따라 부르고...
오늘 보고 말 사람들인데...



하지만 내가 소란의 여름 콘서트를 가보지 않았기에 이렇게 느꼈던 것 같다.
이번 여름 콘서트 'Squeeze'
내가 완전히 소란에게 빠진 공연이다.
나를 소라너라 자신 있게 말하게 된 순간이다.
2시간가량 스탠딩으로 진행된 공연이다.
장장 6시간 이상 서 있었던 날이다. 하지만 힘들지 않았다.
정말 경외심이 드는 공연이었다.
한 순간 한 순간이 감동이었다.
공연 준비를 어떻게 이렇게 완벽하게 할 수 있을까? 빈틈이라고는 1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시간만 된다면 다음 날 공연도 보고 싶었지만 일이 있어서 너무 아쉬웠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덕질을 시작했다.
영상을 찾아보고, 공연은 보러 다니고, 처음으로 페스티벌이라는 곳도 찾아가게 되었다.
1박 2일로 파주 임진각에서 열린 경기 인디 뮤직 페스티벌!!!




캠핑을 즐기는 나는 캠핑도 하고 페스티벌도 볼 수 있어서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공연을 보고 캠핑을 한다는 게 너무 낭만적이지 않은가....
인디 뮤직 페스티벌인데 여기는 락페였다.
헤비메탈을 좋아하는 그래서 나는 더욱 좋았던 하지만 샤이한 소라너들에게는 어려웠던 공연들이 아닌가 싶었다.
특히 둘째 날은 첫날보다 더욱 락밴드들이 많았다.
옆에서 소란을 기다리던 소라너 분들이 너무 힘들어하는 모습이 보여서.....
락음악을 힘들어하시는 표정이 보여서 안타까웠다.
락음악도 참 좋은데.....
이런 분위기에 '소란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우린 노련한 영배 님께서 공연장 분위기를 바꿔 놓고 좋은 분위기로 마무리하면서 다시 한번 나의 팬심을 격상시켜 주었다.

그리고 지금 2024년의 끝자락에 소란이 신곡이 나온다.
오늘이 11월 30일이니깐 12월 2일 발매일까지는 3일 정도 남았다.
이렇게 가수의 음원이 나오는 날짜를 기다려 본 것이 처음이다.
어떤 노래인지는 벌써 GMF에서 공개되어서 매일매일 듣고 있지만 말이다.


실제로 듣고 싶어서 인천 계양에서 진행된 '소란스런 하루 vol.2" 공연을 보러 갔다 왔다.
이곳의 분위기는 여름콘 같은 분위기였다.
나와 같은 마음으로 온 소라너들이 많은 것 같았다.
겨울콘까지 기다리기 너무 힘든 소라너들이 모두 출동한 듯, 그래서 더욱 열광적이고 즐거웠던 공연이었다.
영배 님의 활짝 웃는 얼굴이 너무 좋았던 날이다.
신곡 '목소리'는 완벽했다.
그들의 연주와 노래를 들으니 그 감동이 그대로 나에게 전해졌다.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가슴으로 파고 들어오는 그 무언가가 나의 마음을 가득 채웠다.
면호님이 얘기한 것처럼 따뜻한 가사와는 달리 강하게 연주되는 반주가 감동을 극대화시켜 주었다.
옆에 계시던 분들도 나와 같았을 것이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드디어 곡이 끝났을 때 숨을 몰아 쉬는 것이 나와 같았다.
그리고 영배 님의 기타 액팅이 귀여웠던? 날이다.
좀 더 락스타처럼 치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 너무 어색해해서 귀여웠던 날이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다음 달 군산에서 열리는 소란 콘서트를 예매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내가 이렇게 덕질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이렇게 한 가수를 좋아해서 공연을 찾아다니고, 음악을 매일 듣고, 영상을 찾아보고, 또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지금이 바로 내게 삶의 여유라는 것은 성인이 되고 처음이라서 즐기고 있다.
지금은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하고 있다.
여행을 다니고, 캠핑을 하고, 맛있는 것을 먹으러 다니고,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공연장을 다니고 있다.
이제까지 고생한 나에게 주는 작은 선물처럼 말이다.
어려웠던 나의 10대
멋모르고 날뛰느라 힘들었던 나의 20대
고단했던 나의 30대
현실과 삶에 치여 살았던 나의 40대
그리고 앞으로 날들을 살아갈 나에게 응원을 보낸다.
응원은 사랑과 똑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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