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덕질 놀이 중이다.

나는 지금 덕질놀이 중이다. No.04

Ho-찡찡이 2025. 3. 21. 21:45


[ 나는 지금 덕질 놀이 중이다. No.04 }


나의 덕질의 기억은 여러 가지가 있다.
대표적으로 앞에서 언급했던 장국영의 기억과 함께 농구와 프로야구이다.  

내가 중고등학교 시절 농구는 지금의 아이돌 같은 존재였다.
새벽부터 티켓을 구하기 위해 첫 차를 타고 잠실에 있는 학생체육관 앞에 줄을 서야 했다.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면 아이돌 티켓을 구하기 위해 공연을 보기 위해 줄을 서는 것처럼 말이다.  
특히 라이벌 전 일 때는 체육관 앞이 인산인해로 정말 잘못하다간 사고가 날 것 같았다.
그때는 그게 얼마나 위험한 지도 인지 하지 못했다.
사람들 틈에서 이리저리 밀리고 그래도 표를 사겠다는 일념 하나로 자리를 지켰다.
경기장에 들어가면 몸을 풀러 나온 선수들이 농구공을 코트 위에서 탕탕탕 튕기는 소리와 함께 관중들의 함성 소리가 지금의 콘서트장에서 울리는 그 함성소리와 매우 비슷하다.
나의 심장을 요동치게 만드는 소리인 것이다.
지금 말로 도파민의 마구 분출되는 것이다.

이때 이충희 선수를 필두로 한 현대팀과 허재 선수를 보유하고 있던 중앙대.
그리고 허재 선수와 중앙대 선수 대부분이 기아팀으로 입단하면서 다시 현대와 기아의 선두다툼이 절정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너무 오래전이라 언니 하고도 가끔 이야기하곤 하는데 정확한 기억은 둘 다 없다.
검색을 해보지만 오래된 일들이라 검색도 쉽지 않다.
체육관을 찾아가 농구 경기를 구경하고 우리 팀을 응원하고 하지만 나의 기억으로는 기아에게 우승을 늘 내주었던 것 같다.

나는 처음으로 사인회라는 곳도 가보았다.
현대 백화점에서 이루어진 현대 농구단 사인회였다.
그때는 그냥 일찍 가서 줄을 서면 사인회에 참석할 수 있었다.
지금 사인회 한 번 가자고 앨범을 몇십 장씩 사는 지금과는 다르게 말이다.  
친구랑 둘이서 일찍 도착해서 구경하는데 미리 와서 차를 마시고 있던 선수단을 발견하고 준비해 온 선물도 주고 사진도 찍었다.
너무 떨려서 얘기도 못 하고... 그리고 공식 사인회가 이루어졌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를 내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한 경험이었다.
하지만 다시 이런 경험을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스포츠 스타는 경기장에서, 가수는 공연장에서, 배우는 극장에서 만나는 것이 더 나에게 맞는 것 같다.
별은 하늘에 떠 반짝이는 것을 고개를 들어 쳐다보며 '별이 참 예쁘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맞다.
그 별을 잡으려고 한다면..... 너무 힘든 일이다.
나처럼 게으름이즘의 사람이라면 더욱 말이다.

프로야구가 창단되고 나는 언니를 따라 OB 베어스의 팬이 되었다.
우리 집은 MBC 청룡 파와 OB 베어스 파로 나누어지게 되었다.
이때는 그냥 남들 다 팀 정하고 응원하는 분위기라 사실 좋아하지 않는 야구를 보곤 했다.
성인이 되고 남사친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야구장이라는 곳을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는 말에 꼭 가봐야 한다며 나를 야구장으로 이끌었다.  
나의 직관 첫 경기는 두산과 LG 잠실 홈경기로 야간 경기였다.
아마 이때는 두산이 아니라 OB 베어스 시절이었을 것이다. ( 90년대였음 )  
이렇게 큰 경기장에서 과연 얼마나 잘 보이겠어하며 들어선 경기장
출입문 사이로 비치는 조명과 응원에 진심인 야구팬들의 함성이 나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원래 야구를 종종 중계로 봐서 야구의 룰은 잘 알고 있었기에 한 번의 직관으로 야구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었다.
야구 시즌이 되면 자주 야구장을 찾았다.  
야구는 야간 경기가 주간 경기보다 훨씬 좋다.
일단 덥지 않고 분위기가 너무 좋다.
해 질 녘의 야구장의 분위기와  조명이 들어오고 밤늦게까지 우리 팀을 응원하고
지고 있더라도 끝까지 응원을 하는 낭만... 그 자체인 걸....

그땐 지금처럼 음주가 금지되어 있어서 경기를 마치고 신천에서 한 잔 하는 즐거움도 있다.
집이 천호동이라 친구들과 자주 신천에서 놀았을 때라 야구장도 심심하면 갈 수 있는 환경이었다.
주말 두산&LG 서울 라이벌 전이나 큰 경기가 아닌 이상은 매진이 되는 일은 거의 없고 주로 평일 경기를 보러 다녔다.  
그런데 왜 내가 직관을 가며 꼭 지는지.....
언제 인지는 왜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야구장을 혼자 갔던 날이 있었는데 이날은 이겼다.
그래서 두산을 위해서는 혼자 혹은 가지 말아야 하는지.....  
그러다 결혼을 하게 되고 남편은 야구를 보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연애를 할 때 내가 좋아해서 한두 번 같이 갔던 것 빼고는 말이다.
그렇게 야구는 나의 일상에서 중계로만 가끔 즐기게 되었다.
그래도 어려서부터 열심히 응원하고 즐겼기에 항상 애정은 가득하다.  

야구장을 함께 가던 친구들이 생각난다.
지금은 다 부모가 되어 있는 중년의 아저씨들....  
가끔 만나면 어렸을 때처럼 마냥 철없는 친구들인데 다들 아빠가 되고 가장이 되어서 열심히들 살고 있다.
상대적으로 내가 일찍 결혼을 해서 아이들이 아직 중고등학생이라... 만나면 고생들이 많다고 언제 카우냐고 놀리곤 한다.    

언젠가부터 야구장표 구매가 예매로 바뀌면서 표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져서 점점 직관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아들과 야구장에 가서 함께 두산을 응원하는 로망이 있었는데
모태 두산 팬을 만들고 싶었는데 아들은 영 야구에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초등학교 때 몇 번 가고 가보지 못했다.
그렇게 나의 로망은 현실이 되지 못하고 말았다.

내 카카오 스토리에 게시한 사진
우리 집에 남아 있는 OB BEARS 흔적